안대운-'newsbank'의 여행 페이지 전라남도 지역편

울긋불긋 절집은 커다란 「꽃대궐」...선암사

"선녀 옷자락 잡힐 듯한 승선교엔 영산홍 그윽한 정취 가득 순천 조계산(884m) 동쪽 자락에 자리한 선암사. 같은 조계산의 서쪽 자락에 있는 송광사는 큰스님들을 많이 배출해 유명하지만, 선암사는 사시사철 독특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절집으로 사랑받고 있다.

온통 꽃대궐을 이룬 늦봄의 선암사. 경내에 어김없이 봄꽃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원 안). 절 서쪽에 신선이 바둑을 두던 평평한 바위가 있어 이름을 선암사라 했다는데, 그만큼 경치가 뛰어나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래서 임권택 감독이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의 마지막 장면을 선암사에서 찍었다는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선암사 들머리. 점차 푸르러 가는 숲 사이를 걸어가다 보면 맑은 계류에 걸린 무지개다리 승선교(보물 제400호)가 반긴다. 막 목욕을 마친 아름다운 선녀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자태다. 속세의 온갖 번뇌와 욕심을 씻고 선계로 가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암사로 가는 사람은 모두 승선교를 건너야 했지만 계류 오른쪽으로 길이 새로 나고부터는 직접 건너지 않아도 경내로 들 수 있다. 그래도 선녀의 옷깃을 상상으로나마 잡아보려는 이들은 일부러 다리를 건넌다. 두어번 건너는 사랑스런 욕심장이(?)들도 있다. 선녀의 아름다운 자태를 닮은 승선교에 잘 어울리는 전설 한 토막. 조선시대의 승려인 호암대사가 관음보살 뵙기를 바라며 백일기도를 하였다. 그러나 기도가 소용없자 낙심한 대사는 벼랑에서 몸을 던지려 하는데 한 여인이 나타나 대사를 구하고 사라졌다. 현명했던 대사는 자신을 구해준 여인이 관음보살임을 깨닫고 선암사에 원통전을 세워 관음보살을 모시고, 절 들머리에는 아름다운 무지개 다리를 세웠으니 이것이 바로 승선교다.

승선교는 막 목욕을 마친 아름다운 선녀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자태를 자랑한다. 무지개다리 너머로 선암사 문루 역할을 하는 강선루가 보인다. 승선교 지나 선암사 문루 역할을 하는 강선루 지나면 선암사 경내. 이른 봄에 피는 선암사 매화는 제법 운치가 있는데, 벚꽃 영산홍 같은 봄꽃들이 다투어 피는 이즈음의 선암사는 절집 전체가 한 송이 꽃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황홀한 풍경화로 채색된다. 빗자루로 쓰는 스님도 없어 뜨락에 떨어진 연분홍 꽃잎이 봄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광경은 매력적이다. 그래서 선암사는 우리 나라에서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절집으로 손꼽이기도 하는 것이다. 선암사에는 이런 아름다운 봄경치 외에도, 신라 때 이중기단 양식의 동·서 삼층석탑과 화엄종 대가의 초상화인 「대각국사 진영」, 10세기경 8각 원당형 양식의 「동ㆍ북부도」 같은 보물 7점과 장엄하고 화려한 대웅전, 팔상전, 원통전, 금동향로, 일주문 등 지방문화재 11점을 포함해 모두 18점의 문화재가 있어 덤으로 문화답사도 할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승주인터체인지로 빠져나와 상사호수 서쪽의 832번 지방도를 타고 7km쯤 가면 선암사가 나온다. 남도 끄트머리께 있어 중부 이북에서는 하루 일정으로 다소 빠듯하므로 하루쯤 인근의 낙안읍성 민속마을 초가집에서 민박할 요량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면 좋을 듯하다.

▲주변 볼거리
순천의 명산인 조계산 산행을 겸해 승보사찰 송광사로 넘어가면 하루에 이름난 절 집 두 군데와 봄색 짙어진 산속을 거닐 수 있는 뿌듯한 여정이 된다. 선암사∼선암굴목치∼송광굴목치∼홍골∼송광사 코스는 조국 순례 자연보도. 쉼터와 샘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고, 도중 식사를 한다 해도 5시간이면 넉넉하다.
자료제공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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